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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5/20 이거 참. - 스윙댄스에 심취한 어느 아빠의 편지 (5)

Posted by
깜악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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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 한 집에서 사는 가족에게 이렇게 편지를 보낸다는 것은 얼굴을 마주하고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다. 넌 이미 무엇 때문인지 짐작하고 있겠지... 그래, 단도직입적으로 부탁하마. 아빠가 춤을 배운다는 건 엄마에겐 비밀이다. 아빠는 사실 춤 같은 거에 재능이 없단다. 몸을 움직이는 것에는 총체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할 수 있겠지. 네 할아버지는 "테니스 같은 힘든 일은 노비에게 시켜라"라는 전형적인 선비 근성의 사람이었고, 심지어 너희 엄마는 밤에도 '당신은 움직이지 마'라고 말한단다.

나도 안다. 내가 몸을 움직일 때는 나 자신도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심지어 아빠는 낙서를 할 때 사람을 그려도 몸뚱이는 거의 형체가 없이 그린다. 아빠 어릴 적에 졸라맨이라는 캐릭터가 있었는데 얼굴은 동그랗고 몸은 아무렇게나 그려놓은 직선이었어. 그런 식이다. 심리학적으로 보면 '인간의 몸에 대한 인식이 제로'이고, 결국 '자기 몸에 대한 인식도 제로'라고 할까?

그런데, 요즘 아빠가 몸을 움직이는 짓을 하고 있단다. 네가 홍대의 놀이터를 지나가다가 본 아빠의 모습은 분명 책임있는 가장의 모습은 아니었을 게다. 그럴 수밖에! 딸뻘 되는 여성의 허리에 손을 두르고 굳은 표정으로 서툰 스텝을 밟는 아버지의 모습이 딸의 눈에는 어떻게 보였을까! 부끄럽기 짝이 없다. 하지만 아빠는 늦바람이 든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아빠는 마치.. 그래 재활 프로그램에 참여한 환자 같은 기분이다. 오랫동안 다리를 쓰지 못한 환자가 걷는 연습을 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해주면 안 되겠니.

.. 딱 일주일에 하루만이다. 그 외에는 아빠는 직장에 충실하고 책임감 있는 남편이자 아버지로서 살아갈 거란다. 너희 엄마는 좋은 여자다. 하지만 이런 것에 이해심을 발휘하기에는 너무 나이가 들었고 너무 오래 집안 일만 한 여자이기도 하다. 아빠는 엄마가 못난 여자라고 비하하는 것이 아니다. 엄마의 세계가 좁은 것은 아빠를 뒷바라지하는데 성실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빠 역시 아내에게 충실한 남편이고자 한단다. 하지만 너희 엄마는 이제 와서 남편의 세계가 변한다는 것을 받아들일 순 없을 거란다. 그러니 최소한 앞으로 8주만이라도 비밀을 지켜줄 수 있겠니.

린디홉을 다 배울 때까지 만이라도.

부탁한다.



딴따라 땐스 깜악귀님의 블로그에도 게재된 글입니다. 신고하고 가져왔습니다. ^^ 참고로 깜악귀님이 정말 '아빠'의 신분은 아직 아닙니다. 언젠가 그렇게 되겠죠. ㅎㅎ


 

Posted by 슈테른
딴따라 날적이 l 2008/05/20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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